8. 앞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오는 틈바구니에 우뚝 솟아오른 머리통 하나. 유진은 민주와 유리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연극부 동아리 신입으로 들어왔다. 그맘때쯤 유리는 공부 핑계로 탈퇴했으므로 두 사람은 민주를 통해서 안면을 텄다. 민주는 구김살 없고 밝은 유진의 에너지가 좋았다. 정신차리고 보면 무릎에 앉아있는 그알 강아지처럼 유진은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었...
7. 처음엔 제가 과민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소리 지르던 남자 아냐?" "맞아." 그런 쪽으로 신경 쓰고 있는 건 저뿐일 테고. 김민주는 별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그래도 그날 아침 분명히 의사전달 했다고 생각했는데, 천천히 허리를 타고 오르는 손길에 솜털이 곤두섰다. "헐, 근데 갑자기 손잡네?" "둘이 내연 관계야." 가볍게 말한 내 탓을 ...
6. 어떡하지. 아 진짜 어떡하지. 반쯤 패닉 상태로 손톱을 딱딱 씹으며 카페 앞을 서성이는데, 짐을 챙겨나온 민주가 본 척도 안 하고 유리를 지나친다. 본능적으로 뒤쫓는데 성급히 이름도 못 부르겠다.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가도 찬바람 날리는 옆모습은 더 차게 식어갈 뿐이다. 안절부절못하며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봤다. 진짜 미치겠다. 어떡하지. 도시의 소음 ...
"치킨 게임할래?" 벚꽃이 피기엔 조금 이른 시기에 마지못해 끌려간 엠티. 술자리가 무르익어 하나둘 취기에 흥이 오를 때쯤 제일 신이 난 선배1의 제안. "그게 뭔데." 선배2가 새우깡을 우물우물 씹으며 혀 풀린 말투로 반문한다. "그 왜 너네 그거 모르냐." 선배1도 술이 꽤 됐는지 주머니에서 더듬더듬 폰을 꺼내 드는데 몇번인가 떨어뜨릴 뻔 한다. "게이...
5. 개강 3주 차에 들어서면서 퀴즈나 과제 공지가 송송 올라와서 김민주와 저녁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그때그때 해치워야 편하다고. 둘 다 개열심히 사는 편이라 이럴 때 죽이 잘 맞는다. 고등학교 때도 서로 좋은 자극이 돼서 성적도 늘 상위권인 둘이었다. 아직은 여유있다는 핑계로 가는 길에 코노도 들리고 아이쇼핑도 하고. 더 늦기 전에 카페로 향하는 길에 ...
4. 띠링. 알코올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간밤의 일을 재생하시겠습니까? 아니오 버튼은 훼이크고 스킵도 없는 광고영상처럼 줄줄 흘러나오는 기억에 눈뜨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아악!" 밀려오는 풀에이치디 영상에 육성으로 전방 고함 한번 내질러주고 도로 털썩 누웠다. 필름이나 끊기게 술 더 마시고 잘걸. 특히 '제발...' 부분이 반복재생 되는 통에 ...
3. "클리셰네." "뭐가요." "일주일 만에 카톡 답장하더니 유일하게 아는 레즈인 나한테 갑자기 술을 사달라? 실연레즈의 클리셰지." "눈치가 참 빠르시네요." 한숨 푹 쉬고 순순히 인정하는 조유리 앞에 마른안주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사람은 권은비.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김민주가 버겁고 힘들었던 스무살의 유리가 용기 내서 처음 레즈 어플을 깔았고 거기...
2. 몹시도 상쾌하지 못한 아침. 눈뜨자마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모로 누워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밤새 쌓인 잡다한 연락과 어플 알림 틈에서 당연히 보여야 할 이름이 없다. 맞다. 나 어제 고백했지. 핸드폰을 아무 데나 던지고 대자로 누워 눈을 감았다. 어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끄고...
1. "그딴 걸로 전화하지 마라." 사진봤어? 보름달이야. 너무 예쁘지. 듣는 척도 안 하고 말을 이어가는 게 딱 봐도 술이 좀 됐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들떠서 조잘거리는 음성을 가만 듣다가 확인한 시간에 한숨이 샌다. "니 지금 몇신지 아냐." -"2시 39분." "그래. 누가 예의없게 이 시간에 전화하나 했다." -"그러면서 꼬박꼬박 받잖아." "갑자...
* 원영은 현관 앞에서 나갈 채비를 하는 채원의 곁을 불안하게 서성였다. 간밤에 채원이 했던 말이 생각나 마음이 복잡했다. 하루를 공유하고, 체온을 나누고, 같이 잠에 들면서 원영의 이름이 불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게 좋아서 기쁨에 섞여드는 혼탁한 감정을 모른 체 했다. 같은 얼굴을 한 나를 보고 그 애 생각을 하진 않는지 묻고 싶을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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